데이터바우처, 브로커에게 300만 원 쓰지 마세요 (5년 차 개발자가 만든 합격 판독기)
정부지원사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데이터바우처.
이맘때가 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창업 단톡방에 좀비처럼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사업 컨설팅 브로커’들입니다.
“무조건 합격시켜 드립니다.” “사업계획서, 저희가 대신 써드립니다.” “착수금 100만 원, 성공보수 10%.”
솔직히 5년 차 개발자이자,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빌더(Builder)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찹니다. 그들이 써주는 사업계획서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화려한 형용사로 도배되어 있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더군요.
심사위원이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소설’을 보고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설계도’를 보고 나랏돈을 투자합니다.
컨설팅 업체에 몇백만 원을 갖다 바치고도 “기술적 구체성 부족”으로 탈락하는 대표님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답답해서 주말 동안 직접 코드를 짰습니다. 내 사업계획서가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지, 로직(Logic)으로 검증해 주는 도구 ‘바우처 디버거(Voucher Debugger)’를 배포합니다.
1. 심사위원은 ‘글솜씨’를 보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착각합니다. 사업계획서를 ‘글짓기 대회’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문장을 다듬고, 비전(Vision)을 거창하게 쓰는 데 시간을 쏟습니다.
하지만 개발자인 제 관점, 그리고 기술 심사를 하는 위원들의 관점은 다릅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스펙(Spec)’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데이터바우처 심사의 핵심(Core)은 딱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됩니다.
- Input: 어떤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가? (구체성)
- Process: 그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학습시킬 것인가? (기술적 타당성)
- Output: 그래서 결과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사업성)
이 3가지 변수 중 하나라도 Null 값이거나 False가 뜨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탈락입니다.
2. 바우처 디버거 (Voucher Debugger) 소개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바우처 디버거는 여러분의 사업 현황을 입력받아, 합격 알고리즘을 돌려보는 ‘모의 시뮬레이터’입니다.
브로커의 감(Feeling)이 아니라, 철저한 가점/감점 로직에 기반해 작동합니다. 회원가입? 로그인? 그런 거 안 만듭니다. 귀찮으니까요. 그냥 아래 창에서 1분 만에 테스트해보세요.
3. 진단 로직(Logic) 해설: 왜 이 점수가 나왔을까?
위 도구를 돌려보셨나요?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낮게 나와 당황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개발자가 직접 이 진단기의 채점 알고리즘을 해설해 드립니다. 이걸 알면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보입니다.
① 데이터 활용의 구체성 (Weight: 40%)
가장 많은 감점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 탈락 유형: “마케팅에 쓸 고객 DB가 필요해요.”
- 이건 데이터바우처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단순 영업 리스트는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 합격 유형: “AI 챗봇 고도화를 위해, 한국어 법률 상담 데이터 10만 건을 가공하여 LLM을 파인튜닝(Fine-tuning)하려 합니다.”
- 목적(AI 학습), 대상(법률 데이터), 방법(파인튜닝)이 명확합니다. 심사위원은 이런 ‘로직’에 점수를 줍니다.
② 수행 능력 (Weight: 30%)
돈을 줬는데, 만들 능력이 없어서 횡령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정부는 가장 두려워합니다.
- 감점 요인: 대표자 1인 기업인데 개발자가 없음.
- 가점 요인: 내부 개발팀 보유, 혹은 역량 있는 공급기업(개발사)과 이미 컨소시엄 구성 완료.
- 💡 Tip: 내부에 개발자가 없다면, 사업계획서에 ‘공급기업 매칭 확약서’나 구체적인 ‘외주 관리 방안(PM)’을 반드시 넣어야 방어할 수 있습니다.
③ 시장 검증 및 BM (Weight: 30%)
“만들면 대박 납니다”라는 말은 아무도 안 믿습니다.
- 검증: “이미 베타 서비스를 런칭해 1,000명의 유저를 모았고, 유료 전환율 5%를 달성했습니다. 데이터가 추가되면 전환율이 10%로 늘어날 것입니다.”
- 이런 숫자(Metric)가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가 ‘비즈니스 성장’의 기폭제(Leverage)가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4. 지원금은 ‘마중물’일 뿐입니다 (Next Step)
진단 결과 페이지를 끝까지 보신 분들은 발견하셨겠지만, 저는 결과 화면에 [내 사업 수익성(LTV) 진단하기]라는 버튼을 숨겨두었습니다.
이게 사실 제가 이 툴을 만든 진짜 이유입니다.
데이터바우처로 4,000만 원, 7,000만 원 받는 거? 좋습니다. 큰돈이죠. 하지만 그 돈은 길어야 6개월이면 다 씁니다. 지원 사업 기간이 끝나면요? 그때부터는 냉혹한 야생입니다.
많은 대표님이 “지원금 따는 기술”만 연구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돈 버는 구조(Business Model)”를 놓칩니다. 소위 ‘좀비 기업’이 되는 지름길이죠.
제가 만든 LTV(고객 생애 가치) 계산기는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지원금 없이도 굴러갈 수 있는 구조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줍니다.
- CAC (고객 획득 비용) > LTV (고객 가치):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입니다. 이때는 지원금을 받아도, 그 돈으로 적자만 키우게 됩니다.
- LTV > 3 * CAC: 건전한 구조입니다. 이때 받는 지원금은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로켓 연료’가 됩니다.
5. 마치며
개발자는 코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복잡한 문서 작업과 브로커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시간 낭비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배포한 바우처 디버거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주었으면 합니다. 진단 결과가 ‘안정권’이 나왔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직접 지원하세요. 브로커에게 줄 300만 원으로 차라리 맛있는 회식 한 번 하시고, 팀원들 사기나 충전해 주시는 게 합격 확률을 더 높일 겁니다.
[Action Item]
- 지금 바로 [바우처 디버거]를 돌려본다.
- 결과 화면 캡처본을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 ‘안정권’이 뜰 때까지 사업계획(로직)을 수정한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