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네이버를 버리고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진짜 이유: 마크업의 가치
낮에는 회사의 코드를 짜고 밤에는 제 개인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인디 해커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검색 엔진 최적화(SEO)에 목숨을 걸게 됩니다. 공들여 만든 서비스가 세상에 알려지려면 결국 검색 결과 상단에 걸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전 제 모든 기록을 워드프레스에 남깁니다. 단순히 자유도가 높아서가 아닙니다. 코드를 뜯어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얼마 전 궁금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 하나를 크롬 개발자 도구(F12)로 열어봤어요. 사실 좀 충격받았습니다. 화면에서는 깔끔해 보이던 글이 실제로는 수십 개의 div 태그로 겹겹이 포장된 이른바 div 지옥이었거든요. 오늘은 개발자 시선에서 왜 이런 구조적인 차이가 우리 콘텐츠의 운명을 결정짓는지 조금 깊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용자를 위한 개발 vs 기계를 위한 개발
네이버 스마트에디터는 정말 훌륭한 도구입니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매거진 같은 글을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개발의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합니다. 사용자에게 극강의 편집 자유도를 주기 위해 네이버는 마크업의 순수성을 포기했습니다.
우리가 텍스트 한 줄을 적으면 네이버의 에디터는 그 텍스트를 감싸는 수많은 레이아웃용 태그를 생성합니다. 글자 색을 바꾸거나 위치를 조금만 옮겨도 코드는 기하급수적으로 지저분해집니다. 이건 나쁜 개발이라기보다 네이버가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가치에 올인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워드프레스의 블록 에디터인 구텐베르크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똑같은 블록 기반이지만 워드프레스는 최대한 웹 표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제목은 h2, h3 태그로 명확히 구분되고 본문은 p 태그 안에 담깁니다. 불필요한 div 사용을 자제하고 시맨틱(Semantic)한 구조를 유지하죠. 이게 왜 중요할까요? 바로 기계와의 소통 때문입니다.
💡 Tip: 검색 엔진 로봇은 여러분의 블로그 디자인을 보지 않습니다. 오직 HTML 코드를 읽어 내려가며 이 정보의 우선순위를 판단합니다.
SEO의 본질은 로봇을 위한 배려입니다
우리가 워드프레스가 SEO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말하는 건 단순히 플러그인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구글의 크롤링 봇이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파싱(Parsing)해야 할 쓰레기 코드가 적다는 뜻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글이 100kb의 HTML 코드를 가졌는데 그중 실제 텍스트 정보는 10kb뿐이라면 나머지 90kb는 로봇 입장에서 걷어내야 할 노이즈입니다. 반면 워드프레스 글은 전체 용량 중 핵심 정보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로봇이 정보를 수집하는 비용(Crawl Budget)을 아껴주는 셈이죠. 구글이 이런 효율적인 구조를 선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저도 현재 PMF Verify라는 사업 아이디어 검증 툴을 개발하면서 이 지점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IT 지식이 없는 예비 창업가들이 만드는 랜딩 페이지가 어떻게 하면 검색 엔진에 더 잘 노출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결국 도달하는 결론은 깨끗한 마크업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정갈함이 결국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더라고요.
AI 시대가 요구하는 데이터의 격
요즘은 검색 엔진을 넘어 AI가 우리 글을 학습하는 시대입니다.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들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어떤 글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할까요? 문맥이 명확하고 구조화된 데이터입니다.
마크업이 지저분한 글은 AI가 문맥을 파악할 때 오류를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게 제목이고 어떤 게 캡션인지 구분하기 힘든 데이터는 학습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내가 공들여 쓴 노하우가 미래의 AI 검색 결과에서 인용되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내 데이터의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자로서 저는 이걸 데이터의 격이라고 부릅니다. 겉보기에만 화려한 글은 휘발되지만 구조가 탄탄한 글은 시스템이 선호하는 자산이 됩니다. 워드프레스는 그 자산을 쌓기에 가장 적합한 창고와 같습니다.
직접 삽질하며 느낀 워드프레스 운영 팁
워드프레스가 다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처음 세팅할 때는 네이버보다 수십 배는 더 귀찮습니다. 서버도 직접 골라야 하고 테마 설정하다 보면 밤새기 일쑤죠.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 마크업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립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최대한 순정 상태의 블록을 사용하는 겁니다. 디자인을 예쁘게 하겠다고 엘리멘터(Elementor) 같은 페이지 빌더를 남발하면 워드프레스조차 네이버와 다를 바 없는 div 지옥으로 변해버립니다.
진정한 인디 해커라면 겉모습보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깔끔한 테마 하나 골라서 h 태그 계층만 잘 지켜도 웬만한 유료 SEO 서비스보다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빌더로서의 회고와 약속
기록의 힘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힘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이번에 네이버와 워드프레스의 마크업 차이를 뜯어보면서 제 서비스 개발 철학도 다시 한번 다잡게 되었어요.
사용자에게 “5분 만에 만드는 편리함”을 주면서도 그 이면에는 “기계가 환호하는 깔끔한 코드”를 숨겨놓는 것. 그게 제가 지향해야 할 개발자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글을 쓰는 플랫폼을 고르는 문제를 넘어 우리가 만드는 모든 디지털 산출물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남아야 할지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워드프레스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혹은 이전을 고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디자인 공부 이전에 HTML 구조를 먼저 이해해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글을 더 멀리 보내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오늘의 요약
- 네이버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마크업 구조(HTML)를 희생한 div 지옥 구조다.
- 워드프레스는 웹 표준에 가까운 시맨틱 태그를 사용하여 검색 엔진 로봇이 정보를 이해하기 훨씬 쉽다.
- AI 시대의 검색 노출과 데이터 자산화를 원한다면 디자인보다 구조화된 글쓰기가 우선이다.
💡 Action Item: 워드프레스 포스팅 시 페이지 빌더 사용을 최소화하고, 기본 구텐베르크 블록의 H2, H3 태그를 순서대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세요.